시대정신 청년과 대학생이 살아 있음을 알렸다 (2014.05.15)

 

세종대왕상 기습시위 이끈 감신대 도빈 회장 이종건 전도사 연설전문

 

“우리를 일각에서 종북이라 말한다면,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종북은 무엇을 뜻하는 건가요? 북한과 연결돼 있는 걸 말하는 건지, 아니면 지금의 정권을 반대하면 종북이라 하는 건지요?”

 

▲ 대학생들앞에서 연설하는 감신대 신학생 이종건 전도사

 

2014년 5월8일 오후 2시30분.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세월호 특검 도입과 정권 퇴진‘을 외치던 감신대 신학생 8명은 미신고집회를 이유로 7분 만에 전원 연행됐었다.

 

다음날 동대문경찰서 앞에 감신대 교수들과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경찰은 자정이 다 돼서야 이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연행 32시간 만에 풀려난 이종건 전도사(감리교신학대학 도시빈민선교회 회장)는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북과 연관돼 있는 것이 종북이라면 우리는 거리가 멉니다. 어떤 단체와 관련돼 있는 곳도 없습니다. 우린 모두 전도사고 교회에서 사역을 합니다. 동대문경찰서에서 자꾸 우리 배후를 묻던데, 정말 배후를 밝히라면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이날 이후 감신대 신학생들은 교계 젊은이들에게는 살아있는 신앙인으로, 대학생들에게는 행동하는 지성으로 본을 보여준 아이콘이 되었다. 마음속으로 한을 삭히며 신음하던 이 땅에, 구한말 엡웟청년회를 계승하고 대한민국 민주화에 앞장선 감청(감리교청년회)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 특별한 순간이었다.

 

▲ 늦은 밤 보신각 앞에 운집한 대학생들

 

2014년 5월15일 저녁 7시. 대학생 수백 명이 마로니에 공원에 운집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곧 차선 하나를 점유, 종각까지 가두행진을 하였다. 이날 도심을 행진하던 대학생들은 지난 4.19 때와 마찬가지로, 희생된 고등학교 동생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대학생들은 한손에는 촛불, 다른 손에는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걸었다. 총학생회는 현수막에 ‘미안해 동생들아, 이젠 우리가 나설게’, ‘우리 미래는 우리가 개척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가두 행진을 하였다.

 

이날 밤 각 대학 총학생회의 연합집회에서 사회자의 소개로 감신대 신학생 이종건 회장이 연설하러 나오자, 운집한 대학생들은 열화와 같은 환호를 보냈다. 이미 그는 이 시대 청년과 대학생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기폭제가 돼 있었다.

 

▲ 대학생들이 대학로에서 종각까지 도심행진을 하고 있다

 

다음은 2014년 5월15일 밤, 이날 집회의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던 감신대 도시빈민선교회 이종건 회장의 연설 전문이다.

 

 

거리에 나오기 참 힘든 시절입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 계속해서 재갈과 침묵을 강요받고 살아온 우리는, 귀가 잘렸고, 입이 잘리고, 손이 잘려왔습니다. 우리는 왜곡된 어제를 살게 되었고, 역겨운 오늘을 마주하게 되었고, 내일을 꿈꾸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이름은 대한민국 대학생입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조용히 하래서 입 다물고 살았습니다. 민영화, 입 다물고 살래서 스스로 굴종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304명의 죽음 앞에서도 조용히 있으라고 합니다. 나도 책임이 있어서 나도 저 아이들과 교사, 시민 304명에 대한 책임이 있어서 거리로 나오겠다는데 또 그만 닥치고 있으라합니다.

 

이번 참사가 민영화와 아무 관계도 없다고, 규제완화와 그 맥이 전혀 다르다고 거짓선동하고 있는 저 무리들.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거리로 나섰더니, 유가족들 청와대 올라갔더니, 신학생 몇 명이서 세종대왕 앞에 올라갔더니, 전문 시위꾼 축출하겠다며 삼진 아웃제 도입한다며 우리들을 상습 시위꾼으로 몰고 있는 이 나라, 이 정권.

 

집회시위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돼있고,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하면서, 유가족은 국민이 아니다. 대학생은 국민이 아니다. 비정규직은 국민이 아니다. 촛불은 국민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 무리들.

 

우리는 이제 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고야 말았습니다.

 

실체 없는 좋아요 누르기, 댓글 달기를 넘어서 이 두발과 이 두 손으로 학우의 손을 잡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누가 유가족을 빨갱이라 우롱하는가. 누가 대학생을 굴복하라 하는가. 누가. 누가! 누가, 우리를 국민이 아니라고 하는가.

 

지금 청계광장에는 한신대학교 신학과 학생들이 머리를 삭발하고 일주일간의 단식투쟁을 선언했습니다. 청와대에 요구하겠다고 합니다. 현 정권에 대해 책임규명하고, 이 일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명확히 규명하라고 신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단식투쟁을 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끝까지 일궈나가야 합니다. 촛불로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거리에 나설 때 경찰이 우리를 가만 안 놔둘 수도 있습니다. 연행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를 끌고 갈 수 있습니다. 그것 모두 각오하고 이번 사건 철저하게 규명하시겠습니까?

 

수백 명의 희생 앞에 잠잠하지 않고 분노하여 싸우겠습니다.

 

우리 감리교신학대학은 끝까지 이 운동에 함께하여 반드시 이 역사를 청산하겠습니다. 아픔을 동여매고 방구석에서 훌쩍이는 것을 넘어, 시대의 아픔에 약을 바르고 그 상처를 부여잡는 우리로 거듭납시다.

 

감사합니다.

 

당당뉴스 박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