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민족도 통일을 대신 할 수는 없다 (2015.06.17)

 

▲ 6.15 통일대회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광복70돌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15돌을 기념하는 대규모 집회가 6월14일과 15일, ‘한반도 평화통일’과 ‘일본 재무장 반대’를 외치며 서울 각 지역에서 일어났지만, 미디어의 과도한 메르스 보도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광복70주년을 맞는 여름. 난데없이 서로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열감기 바이러스가 집회를 약화시키고 장소를 변경시키는 등 시민의식을 흐리고 있는 때,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심상치 않은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세계대전 패전 이후 불황에 시달려온 일본은 1950년 한국전쟁 특수를 맞아 경제 부흥을 이룩하고, 한반도 전쟁을 빌미로 자위대를 창설하여 아시아 최고의 해군력을 보유해왔으며, 지난해 7월 헌법을 바꾸어 유사시 한반도에 군사개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의 신냉전 체제를 고착화하기 위한 강대국을 위시한 미일한 VS 중러북의 대립구도 속에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국 배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북한의 미사일공격에 대한 요격체계라고 하지만, 실은 G2인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속에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군사전략적 선점이 이유인 것이다. 그러데 문제는 우리의 안보를 목적으로 한다는 THAAD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순간,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높아져 한반도에서의 군사분쟁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것도 남북 간의 군사분쟁 수준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 VS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한반도’라는 모양새로, 고래 싸움의 새우가 돼버리는 형국으로 – ‘남북을 포함한 한반도는 대마를 위해 언제 죽어도 좋을 장기판의 졸’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풀어 말하면 – 유사시 군사행동이 일어나면 제일먼저 타격 되는 곳이 레이더 기지와 미사일 기지인데, THAAD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자연히 미일한 VS 중러북의 군사분쟁 시 제일먼저 한반도의 THAAD가 제1타격 대상이 되는 것이며, 작년 7월 수정된 일본 헌법 9조에 따라 연쇄작용으로 자위대가 한반도로 진군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120년 전 한반도에 벌어진 청일전쟁과 110년 전 러일전쟁의 재현으로, 강대국이 자기네들 땅이 아니라 우리 강토에서 전쟁을 벌이는 – 한반도 참극이 다시 현실이 되는 발단인 것이다.

 

 

92세 종교인의 일갈이 있었다

 

이러한 현실 앞에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몰려든 천도교(동학) 본부 광장에는, 92세의 노구를 지팡이에 의지한 채 단상에 오른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의 일갈이 울려 퍼졌다.

 

“우리는 지난 70년 전 해방을 맞이했으나, 우리의 힘으로 이룬 해방이 아니었기에 그 순간부터 비극의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분명히 미국과 소련 강대국들이 갈라놓고 찢어놓았지만, 우리 민족 스스로가 강토를 가르고 민족을 찢은 양 착각과 망각병이 들어, 같은 민족끼리 원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70년간 남의 나라를 임의로 갈라놓고 남의 민족을 자기들 마음대로 찢어놓은 장본인들은 언제 우리가 그랬냐는 듯이 무책임하고 파렴치하며, 시침이 뚝 떼고 냉소하면서 자기네 장사만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이 제국주의 침탈과 더불어 호랑이 65마리와 표범 385마리를 사살하며 한반도 맹수의 씨를 말리던 1924년 태어나, 국권침탈과 태평양전쟁, 강제분단과 한반도전쟁을 두루 겪은 현대사의 산증인이었다.

 

“도적은 시끄러운 시장이 좋듯이 분단의 약점을 이용하며,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대동강 이북을 자기네 것이라고 하고, 일본은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아예 독도를 빼앗겼다 우기며 역사를 왜곡시키고, 경우에 따라 자위대까지 발동하려는 기미까지 보이고 있으니, 과거 일제가 침략할 당시보다 훨씬 더한 위기와 현실에 처해있습니다.”

 

▲ 인사말 –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

 

후들거리는 다리로 지팡이에 의지해 겨우 단상에 오른 그였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육성은 노인의 음성이 아니게 한마디 한마디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여기서 우리 답은 확실합니다. 통일은 한반도 한민족 통일이지 그 누구도 어떤 민족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 남의 부귀를 믿지 말고, 남의 권력을 무서 말고, 우리 정신 우리가 찾고 우리 힘을 우리가 모아, 철없이 지나온 70년을 뉘우치고 외세가 갈라놓은 강토와 찢어놓은 민족을 지체 없이 통일을 시켜, 평화를 만들어가는 철든 민족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중에도 집회에 함께하시는 사회 어르신이 있기에, 운집한 시민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하였고, 한양원 회장은 젊은이들의 부축을 받으며 시민들 가운데로 나아갔다.

 

▲ 각계연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직전 화해통일위원장 조헌정 목사

 

광복70주년, 교회와 여성이 한반도 평화에 앞장서야 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직전 화해통일위원장 조헌정 목사(향린교회)는 단상에 올라, “오랫동안 남과 북, 해외의 우리겨레는 ‘만남이 통일이다’라는 구호 아래, 35년간 일제 식민지배를 끝내고 삼천리에 울려퍼졌던 70년 전 해방의 기쁨을 다시 온 세계에 알리고자,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대전환과 평화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 힘차게 달려왔습니다.” 지난날 암울한 가운데 ‘선배들이 피와 땀으로 걸어왔던 평화와 통일의 길’에서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않을 것을 강조하였다.

 

“민족 화해와 남북통일의 길은 상황이 좋다고 하고, 상황이 나쁘다고 해서 포기하는 선택의 길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살 길이며 내가 사는 필연의 길입니다. 그 이상으로 지금 인류가 평화와 공존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전쟁 국면으로 나아가느냐 하는 세계 역사의 분기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헌정 목사는 한민족 광복 70년이 갖는 세계사적 의미를 갈파하며, 앞에 놓인 장애물을 밀쳐내고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열어나갈 것을 주문하였다.

 

▲ 각계연설 –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상임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회 김금옥 상임대표는, “우리 여성은 그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전환적 계기를 만들기 위해 민족공동행사 성사를 간절히 바라며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민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분산 개최되는 아쉬움을 갖고 15주년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남북당국이 입으로는 평화를 말하면서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무책임함을 질타하며, “올해와 같은 역사적 계기를 흘려보내게 된다면 동아시아는 남북분단을 전제로 한 신질서가 고착되고, 무한 군비경쟁과 남북 간 핵 참화를 불사하는 군사적 긴장이 확대될 것”임을 경고하였다.

 

▲ 변경된 장소 천도교 수운회관으로 몰려든 수천 명의 통일 시민들이 광장에 밀집해 들어오고 있다. 본 기자가 촬영한 곳 뒷쪽에도 광장이 있어 안밖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남측위원회 이창복 상임대표 기조연설

 

6.15 공동선언 제1항.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하였다.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떻습니까? 이른바 방어훈련이라는 북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포함하는 대규모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해마다 치러지고 있고, 자주적 남북관계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는 무기한 연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제생화학무기 금지 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미국의 탄저균 반입 실험에 유감성명 하나 내지 못하고 있고,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분쟁에 미국편을 들라는 강요에 우리 국익조차 지키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냉전시대와 마찬가지로 한미일과 북중러의 삼각동맹을 강요받으며 나라의 통일문제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과 결정권은 점점 약화되고 강대국의 입김만 강화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6.15 공동선언 제2항.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정부는 6.15 공동선언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무엇이 6,15 정신인가’라고 대통령과 정부관계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흡수통일과 체제통일을 공공연히 추구하면서, 어떻게 6.15 공동선언이 밝히고 있는 서로의 공통성을 인지하고 그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통일은 대박이라고 주장하지만 통일대박론은 북한에 대한 시장흡수를 의미하며, 국가 통일논의의 최고기구라는 통일 준비위의 민간대표는 체제통일에 대한 연구팀이 통일준비위원회는 물론 정부 내 다른 조직에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6,15 공동선언 제3항과 4항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사이의 인도적 문제 해결을 비롯한 경제 협력과 다방면의 교류협력 추진을 명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남북경제협력은 물론 대북인도지원과 민간교류조차 대북압박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소위 순수 비정치적 교류 등의 전제 조건을 내세우면서 남북경협과 인도지원, 민간교류까지 철저하게 통제해 왔습니다. 그 결과, 민간교류 제로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대를 놓고도 우리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 기조연설 – 광복70돌 6.15 민족공동행사 준비위 이창복 상임대표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그리고 전국에서 달려오신 통일동지 여러분 6.15 공동선언실천의 길에 평화와 통일이 있고, 광복정신을 기리는 길에 자주독립과 전쟁을 끝내는 길이 있습니다. 오늘날의 현실은 이러한 우리의 신념이 옳다는 것을 분명히 확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중단하지 말고 평화를 향해 전진합시다. 다시 일어나 분단의 어둠에 맞서 힘차게 나아갑시다.

 

▲ 연대사 – 새정치민주연합 통일위원장 이인영 의원

 

▲ 연대사 – 정의당 원내대표 정진후 의원

 

각계 연설과 연대사가 이어지다

 

광복70돌 6.15 공동선언발표 15돌 민족통일대회에는 각계 연설과 공연이 이어져 단상에 오른 정당(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과 문화예술, 노동계가 대북정책 전환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연대를 표방하며, 평화통일의 실천에 앞장설 것을 천명하였으며, 6.15 북측위원회에서도 연대사를 보내와 대독하였다.

 

▲ 운집한 통일시민들이 6.15 공동선언문을 한 목소리로 낭독하고 있다

 

▲ 왼쪽부터 광복70돌 서울준비위 상임대표 조헌정 목사(기장), 전 6.15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김상근 목사(기장), 현 6.15 남측위원회 이창복 상임대표(한신대대학원 사회선교학)

 

평화통일 운동에서의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와 한신대의 위상

 

광복70돌 6.15 공동선언발표 15돌 민족통일대회의 준비에는 종단의 종교인들과 개신교의 감리회, 장로회, 성공회 목회자들이 포진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기장과 한국신학대학교(한신대)였다.

 

기자는 이번 취재를 통해, 문익환 목사의 뒤를 잇는 목회자와 후배진들의 활동을 보면서, 사회선교와 남북 간 통일운동에 있어서 기독교장로회와 한신대학교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가늠할 수 있었다. 광복70돌 6.15 공동선언발표 15돌 민족통일대회를 준비한, 6.15 남측위원회 이창복 상임대표는 한신대대학원 사회선교학 석사로 제16대 국회의원을 거쳐 평화통일운동에 투신하고 있으며, 6.15 남측위원회 전 상임대표 김상근 목사와 광복70돌 서울준비위 상임대표 조헌정 목사는 기독교장로회 소속이다.

 

6.15 남측위원회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기독교장로회 김상근 목사가 명예대표로서 조력하고 있으며, 대한불교 조계종은 역대로 총무원장 스님이 6.15 명예대표를 맡아 남북교류와 화해에 기여해오고 있다.

 

6.15 공동선언실천위원회는 남측위원회와 북측위원회, 해외측위원회가 있으며, 정부의 대북접촉 승인에 상관없이 매년 대표 및 실무접촉을 통하여 민족공동행사를 추진해나가고 있는 공인된 남북한 최대조직이다.

 

▲ 6.15 민족공동행사를 앞두고 정부종합청사 통일부 앞에서, 개신교 목회자와 수녀님들이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 6.15 민족공동행사를 앞두고, 정부종합청사 통일부 앞에서 6.15 서울본부 상임대표 박덕신 원로목사(기감.수유교회)와 광복70돌 서울준비위 상임대표 조헌정 목사(기장.향린교회)가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끌었다

 

▲ 행사를 진행되자, 수운회관으로 모인 시민들이 기립하여 민중의례로 묵념하고 있다

 

 

당당뉴스 박은석 기자